써드 비자는 3년까지 있을 수 있는 워홀 비자다. 호주가 유일하게 써드 비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
호주 워홀에 가서 세컨 비자까지 받고 이 년 동안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근 들어 추가로 일 년 더 써드 비자까지 받고 총 삼 년을 호주에서 돈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거국 국문과 3학년, 그것도 여학생으로 이 스펙으로 한국에서 취직을 할 자신은 없다. 딱히 특별한 자격증이나 스펙이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영어 하나만 마스터해서 호주 워홀을 가서 돈을 벌고, 영어 회화 실력을 살려 영어권 국가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여행을 다니고 하는 것이 내 목표다.
당장 서른만 되어도 나이가 많니 졸업을 왜 이렇게 늦게 했니 마니 말이 많은 한국의 회사에서, 기분 좋게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나는 최근에 외국에서 일을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보니 학점이 뭔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지거국 국문과 학점이 좋아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 싶기도 하고, 왕복 한 시간 반 가량 되는 통학이 주3일 정도 있는데 그것도 뭔 고생일까 싶기도 하고.
인생 그냥 쿨하게 살아버려야 하나 싶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학점은 고고익선이라고들 하나 국문과는 해당사항이 없는 듯하다. 공대도 자연대도 전문대도 아닌 국문과가 도대체 어디서 환영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한 번 남은 국가장학금을 받으려면 나름대로 최선은 다해야 한다. 백분율 70퍼 이상이 4.5점 만점에 1.6이라는데 그 이상의 학점은 받아야 소득분위 3분위 내에서 최대 두 번 c학점 경고제를 받고 국가장학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한다. 난 한 번 국가장학금을 타면 나머지 막학년 막학기는 내 돈 주고 다녀야 해서 이번 학기에 1.6만 넘으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면 2.0 내지는 2.5 이상은 넘어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오늘은 오후 수업을 갔다왔다. 한 시간 반 교양 수업 하나 들으려고, 어둠 속에서 피피티 읊어 주는 걸 굳이 대면으로 들으라고 부르는 그 강의 하나 때문에. 남들은 비대면으로 많이 듣는 피피티 교양 하나 때문에. 먼 거리를 다녀왔다. 너무 지친다. 근데 더 소름인 건 아직 그 오후 수업이 7일이나 더 남았다는 거다. 한 번도 더 가기 싫은데 7번이나 더 가야 한다. 개인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전 수업은 18번 정도 남았다. 언뜻 보면 적은 일수처럼 보이지만, 통학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론 출발을 아침 8시에 하고 아빠 차로 25분 만에 도착해서 출발은 편하지만, 집에 올 때 완행 버스를 20-30분은 기다려야 하고… 오는 것도 50분이나 걸리기도 하고 밤엔 40분 정도 걸린다.
얼른 졸업해버리지 뭐하러 정보도 모른 채로 이때껏 학교를 헛다니거나 쉬었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에 통학이라니. 끔찍하다. 인생에 도움도 안 될 학점을 위해서……….국문과 시험 공부를 하기 싫어서…. 시험은 대충 쳤는데 그래도 학점을 따려면 에프는 맞으면 안 되니까 나름 결석을 적게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진짜 매번 가기 싫다.
통학을 한 번 하고 나면 거의 집에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한다. 이게 얼마나 인생에 마이너스인지. 기력이 다 뽑히고 나면 해야할 일도 기억도 안 나고 그냥 마냥 쉬고싶어지는 것이다.
이번 학기는 뭐 이거 발표해라, 저거 발표해라 말이 많은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하든지 별 언급 없으면 안 하든지 그럴 생각이다.
이번 학기 목표 평점은 4.5점 만점에 2.1이상이다. 무난하게 2.6이상이면 더 좋겠지만, 2.1이라도 국가장학금은 나오고, 학점교류도 신청할 수 있다.
난 뭔 기숙사 일 년 자취 일 년 비대면 육개월 통학 육개월 아러고 사는지…….. 안 해본 게 없다.
아무튼 뭔 말이 이렇게 많은지 금방 글을 썼다.
그냥 쿨하게 살려고 한다. 너무 사소한 것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인 것 같다.
어쨌든 피곤한 한 주가 끝났다. 이번 주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남은 날들은 거의 누워 쉬어야겠지만. 어쨌든 두 달이 지났다.
기적처럼 11월은 비대면이면 좋겠는데…… 그럴 일이 없겠지?
정말 오후 교양만이라도 비대면이었으면 좋겠다.
목요일 전공 하나가 비대면이 돼서 교양 하나 들으러 가게 되어서 더 짜증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어둠 속에서…… 취업에 도움도 안 되고 전달력도 떨어지고 굳이 대면해서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는…. 대면을 할 필요가 없는 강의를…… 무쓸모 칸막이 옆에서 꾸역꾸역 참아가며 들으니…..
대학 강의의 대부분은 너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입식 교육을 할 거라면 그냥 온라인 강의를 듣게 하지. 토론이나 조별이나 발표나 대화 형식의 강의가 아닌데 굳이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튼 푹 쉬어야지.
월요일에도 시험 하나가 있긴 한데, 그냥 적당히 볼 생각이다. 모르겠다. 이번 학기는 통학을 해서 그런가 체력도 많이 달리고 기분도 별로고 컨디션도 별로다.
그냥 난 2.1-2.6만 받으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