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나 문창과 입시 시절 선생의 얘기다
유명한 대학 문창과를 졸업했고 유명한 신문사 신춘문예에 글을 내고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지만 십몇 년 넘게 작품 하나 내지 않았다.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너무 긴 공백이다.
그 선생은 논술을 가르치며 돈을 꽤 많이 벌고 있었는데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될 정도의 많은 학생들을 밤늦게 가르쳤다. 나도 잠깐 수업을 들었었는데 그닥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마추어가 봐도 영양가 없는 즉흥적인 커리큘럼으로 생각나는 것마다 가르치는 느낌이었다. 약간의 맞춤법 지적과 이런 저런 경험담 얘기와 이런 식의 이야기는 어떻겠냐는 짧은 말들, 별 시덥잖은 얘기들 뿐이었다.
글을 쓰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교육보다 사설이 더 길었으니까.
자신이 작품을 언젠가 낸다면 원래 있던 작품 제목에서 약간만 바꿔서 그런 글을 쓴다고 했다.
작가는 제목마저도 자신이 정해야 한다. 어떤 제목과 비슷하게 쓰는 게 아니라.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비슷한 제목을 하면 별 개성이 없는 데다가 내용이 다르다 할지라도 유명한 작품의 인지도를 따라 눈에 띄려는 느낌이었다.
비슷한 제목을 한다고 해서 표절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의 글을 쓴다고 하니 뭐 어쩌라는 건가 싶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자신의 글을 다듬어나가는 건 해도 되지만, 나도 이런 식의 글을 쓰고 싶다 제목도 비슷하게. 이건 좀 어이가 없었다.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이라 그런가 등단 후 십 몇 년 동안 낸 작품하나 없는 작가라 그런가 말도 그다지 잘하는 것 같지 않고 논술을 가르쳐봤자 원래 공부 잘했던 애가 논술전형으로 인서울 좋은 학교에 간 것뿐이었다. 그냥 성적으로도 갈 만한, 공부 잘한다고 유명한 학생이었던 거다.
논술로 대학에 붙은 학생이 많다는 소문도 없는 그 학원에, 수십 명의 학생이 밤마다 바글거렸다.
어떤 학생은 그 학원에 다닌 이후 그저그런 사립대에 가고.
그냥 작가인데 논술로 대단한 인서울 학교에 붙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논술을 가르치고… 국문학 대학원을 나왔더라도 논술을 잘하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직접 상을 받거나 논술로 명문대를 뚫은 게 아니라면.
이렇다할 논술 수상경력 같은 것도 없는 것 같고.
작품 하나 낸 적 없으면서 유명하지도 않고 스펙도 별 대단할 것 없으면서 작가라는 이유로, 애들을 대단한 문창과에 보낸 증거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등단 작품 제목도 말해주지 않고 숨기면서, 엄청난 고액의 학원비를 요구하길래 알바생이라 돈이 없댔는데 그제야 평균치의 학원비를 내고 다닐 수 있었지만 몇 시간 동안 내 입장을 고민하는 듯했다.
그 선생님의 생각은 고액 학원비를 못 내는 애를 받아도 될까…? 였다.
유명하지도 않고 소설가 등단 후 책 한 권 낸 적 없는 작가에게 고액 학원비를 왜 내…? 가 내 생각이었다.
그래도 워낙 시골이라 아주 잠깐 학원에 다녔고,
너무나 질떨어지는 강의 수준에 온라인 강의를 찾으면서 곧 때려쳤다.
온라인 수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봐도 거지같은 글을 썼는데 내가 빈정상해서 과외를 끊을까봐 선생님들은 대부분 칭찬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당연히 안 늘었다. 지적받아야 하는데 못 받았으니까.
입시에 떨어졌다. 돈 버느라 바빴던 탓도 있고 내가 게으른 탓도 있고 선생님들의 강의 실력이 너무 별로인 것도 있었다. 안 억울했다. 모든 것들이 다 별로였으니까. 선생님도 나도 모든 게 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그러다 스물둘에 계간지에서 대충 120:1의 경쟁률을 뚫고 소설 신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리고,
그냥 자유롭게 글을 쓰는 인간이 되자고 생각했다.
영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워서
영어로 내 소설을 쓰는 게 목표다.
그래서 외국 출판사에 내봐야지.
그러려면 외국 소설을 자주 읽어야겠지.
아무튼 이십 대 초반엔 예술병에 걸렸었다.
이젠 영어병에 걸릴 것이다.
손성은님의 팁과, 정찬용님의 팁에 따라
쉐도잉과 온갖 공부법에 몰입할 것이다.
아무튼 글 쓰기 과외 따윈 필요없다.
책 한 권 낸 적 없는 학생이나 작가가 글 쓰기 과외를 하는 건 주제넘은 짓인데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주제를 알고 더 기술을 연마하고 작품을 출간한 후 뭘 하든가 해야지
내가 작가니 내가 어떤 명문대 문창과 학생이니 과외비 많이 달라?
꼭 구걸 같다.
정당한 요구를 해야지.
당신의 수준에 맞는 돈은 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수준이라면 배울 게 없다.
고로 당신은 강의로 돈 벌기가 힘들고
강의를 할 자격이 없다.
등단이고 명문대고 나발이고 좋은 작품을 내서
인지도를 키우고 많은 작가들에게 인지도를 키우고 인정이나 받아라.
작품 하나 없는 주제에 돈만 많이 받고 과외하려 들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