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어이가 없다. 내가 왜 짝사랑같은 걸 해서 상처받았는지. 내 존재가 그 사람한테 인식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면 웬만하면 딱히 내가 적극성이 있었더라도 성공적일 거라는 보장은 없는데 왜 지맘대로 애를 끓이거나 고민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웃긴 건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엄청 잘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자존감이 낮을 때가 몇 년 전까지 이십 대 초반까지였는데 그땐 좀 못생긴 편인 사람들도 그냥 다른 장점 조금 보고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단점이 많은 사람들일 뿐이다. 나는 왜 그때 눈이 낮았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땐 눈이 낮기도 했지만 나한테 단 한 번이라도 친절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그저 좋아서 좋게 보고 관심을 많이 준 탓도 있다. 자존감도 워낙 낮았고 그냥 그땐 사람이 너무 좋았고 나름 외로웠나보다. 사랑이나 우정이나 모든 것들이 다 좋았나보다. 지금은 그냥 쉬고 싶지만. 남자든 여자든 내게 관심을 갖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지금은 그걸 조금은 의심해봐야하지않나 좀 걸러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심드렁하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사람마다 마음이 열리는 이유도 다르고 마음이 열리는 시간도 다른데 상대방은 내 마음이 빨리 열리길 바라는 건 진짜 노답이라는 거다. 심지어 그걸 그러려니하면 될것이지 불쾌해라는 사람도 있었다. 너는 내가 봤던 사람 중에, 진짜 제일 못생긴 사람에다가 성격도 개차반이었는데 성질도 급하면 어쩌자는 거냐. 그리고 내가 너랑 안 친해지고 싶은 이유가 엄청 많았겠지 뭐. 아무튼 나중에 알고보니 오만 사람들을 다 찌르고 다녀서 어이가 없었다.
너는 정말 한 가지도 제대로 갖춘 인간이 아니구나 싶었다. 나름 안목이 있어서 처음부터 딱히 끌리진 않았지만 나름 착한척하면서 친해져보려고 그러길래 괜찮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나 시간을 두고 지켜보니 개차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걸 아는 데까진 세 달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나한테 친절하게 대하는 것 관심을 주는 것 자체는 반가웠으나 사람 자체는 선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난 이십 대 초반부터 쎄한 사람 거르는 안목 같은 게 있어서 다행히 이상한 놈이랑 엮이지 않아 다행인 것 같다. 아무튼 구린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닌 인간이었다. 뭐랄까 꼴에 자신감이 엄청나고 여자라면 다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정말 흑역사인 게 내가 이십대 초반까진 자존감이 낮았을 때라 그 노답 인간을 아주 잠깐 짝사랑 같은 걸 한 것 같긴 한데… 사실 짝사랑이라기보단 나한테 관심을 가져주고 나름 친절하게 굴길래 그게 좀 좋았던 거지 사람 자체가 막 끌린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짝사랑이라는 게 스킨십 상상을 했을 때 가능한가 여부에 달려있는데 난 아니었기 때문에… ㅋㅋㅋ 그냥 친해지고 싶은 친구 느낌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걔는 스킨십 할 비주얼은 아니어서 … 성격도 개차반인거 들통나고… 인상도 별로였고….. 하 진짜 괜찮은 사람 왜 없는지 정말 ㅎㅎ 내가 눈이 너무 높은 게 아니라 진짜 난 실제로 잘생긴 애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빼고는. 성격 착한 애도 거의 못 본 것 같다. 결국엔 본성이 드러났다.
뭐 저 노답 애 말고도 여러 명을 짝사랑한 전적이 있는데 다들 개노답이었다. 내 가치를 몰랐고 무례했고 개차반이었고 생각해보면 외모도 성격도 뭐 별 잘난 게 없었다.
난 얼마나 자존감이 낮았던 거야…?
하지만 딱 한 명, 얘는 그래도 그럴만했지 싶었던 애가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하라 얘는… 그냥 그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청량한 초록색 그 자체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사랑 따위는 필요 없고 유학이나 가고 싶고
그냥 너무 늦지는 않게 그 애를 한 삼 년 뒤에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님 뭐 소식을 들어보거나.
아무튼….그 만나고 싶다는 게 사랑이라기 보다는
그냥 궁금해서다 어떻게 되고 싶다는 게 아니고.
그래도 짝사랑 한 애들 중에 정상이 하나는 있었구나….. 근데 걔도 본성은 개차반인지 난 모른다.
단점도 모르고…
어쨌든 설레게 해줘서 청량한 기억을 남겨줘서 고마웠다. 그나마 한 명은 정상적이라 다행…
어쨌든! 난 담부터 짝사랑은 안 할 거다.
사랑 같은 것도 모르겠고 난 제발 유학이나 가고 싶다… 나부터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