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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 꼭 필요할까? - 문창과를 나와 6개월 뒤 작은 계간지 소설 신인상 수상한 나의 이야기

mini tree 2021. 9. 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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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이십대 중반의 국문과 여대생입니다. 저는 이십대 초반에 지방 사립대 문창과를 다녔다가 사정상 학교를 잠시 쉬었고, 그 해 6월, 작은 계간지 소설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 과제로 내려다가 자신감이 없어 제출하지 않았던 소설이, 120명 중 1명에 뽑힌 거였습니다. 저는 스무 살 때 유명하다는 문예창작과 대학은 다 지원했다가 다 떨어지고 재수 실패를 했는데, 그런 날이 오니 그냥 글은 개인이 열심히 연습하면 잘 쓸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당선된 문예지가 워낙 작기 때문에 소설가로 등단하는 거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문학인인 심사위원분들 에게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니 기분은 좋았습니다. 가끔 과외 몇 달, 학원 한두 달 다니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은 되지 않아서, 주구장창 과제 해 가고 그저그런 피드백으로 속이 답답했었는데, 이때껏 잘해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상이. 그 당선 전화가요.

  그러니까, 전 문창과나 다른 선생님에게 소설을 잘 쓰는 노하우같은 것을 배운 적이 없고 일방적인 생각 통보나 그저그런 평만 받았었는데, 평가가 없는 마음 편한 곳에서 좀 다듬어 내니 소설이 잘 다듬어졌던 것 같아요. 대학 시절 때든 학교를 쉴 때든, 스스로가 갈고닦은 내공으로 글을 잘 쓰게 된다는 겁니다.

   우선 문창과에 가도 소설 창작에 대한 책을 읊어주는 강의라거나 소소한 이야기밖에 하지 않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소설 창작 관련 책을 두페이지 가량 복사해서 프린트물을 뿌린 것을 읽는 것이 강의의 대부분일 때도 있었으니까요.
   일단 제가 다녔던 지방 사랍대 문창과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문창과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등단하거나,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도 등단을 하는 등. 문창과가 꼭 작가가 되기 위한, 좋은 글을 쓰는 인간이 되기 위한 수단이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유명 문창과에 가기 위해 하루 종일 과제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며 자신을 혹사시키지 마세요. 그저 꾸준히 쓰고, 필사를 하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세요. 나의 경험도 남의 경험도, 나의 사색 속에 잘 녹여내어, 무언가 중요한 것을 깨달으세요. 그것이 크든 소소하든. 그걸 깨닫고 나서 무언가의 가치나 의미를 얻으세요. 사색과 독서, 쓰기와 필사.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많은 간접 직접 경험을 하세요. 너무 무리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세요. 좋은 작가는 어릴 때 탄생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나중의 나를 위해 천천히 기초 탑을 쌓고 감성을 기르세요. 그뿐입니다. 작가 지망생들이 할 일은.
물론 생각이 다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유명 문창과에 간다고 해서 등단을 다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작가가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잘 벌거나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에요. 글은 학교가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노력이 만드는 법이에요.

문창과에 갈 거라면 그냥 여행을 다니거나 알바를 하거나 도서관을 가세요. 많은 경험을 쌓고 그것을 소재로 자주 글을 써보세요. 살아있는 글쓰기를 하세요. 많은 경험을 쌓으세요.
문창과에 가지 않아도 글 쓰는 방법 책, 작가란 무엇인가 알려주는 책, 좋은 글들을 도서관에서 많이 접할 수 있어요. 아마추어들끼리 상처뱓지 마세요. 나도 쟤 글을 잘못 판단할 수 있고 쟤도 내 글을 잘못 판단할 수 있고 서로 잘못했는데 서로 그걸 모르고 사과 안 하고 틀어지고 괜히 서운하고 그럼 발전도 없고 모든 게 엉망이겠죠. 어쨌든 전 합평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활발하게 활동 중인 소설가 교수님이 별로라고 한 소설을 썼던 어떤 여학생이 그 소설로 최연소 등단인가… 아무튼 어린 나이에 등단을 하기도 했거든요. 문창과에서 내 글이 별로다, 심지어 교수님이 그런 말을 해도 그 글이 등단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에요.

그러니, 본인의 노력을 믿고, 좋아하는 글을 꾸준히 쓰세요. 도서관을 가까이 하고, 많은 경험과 많은 사색이 있는 사람이 되세요.

김금희 작가는 인천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황정은 작가는 불문과 중퇴를 했고
김애란 작가는 한예종 극작과를 졸업하는 둥

꼭 서울예대 동국대 중앙대 ㅇㅇ대 문창과가 아니더라도 당신은 충분히 작가가 될 수 있어요. 꾸준히 노력만 한다면. 물론 큰 계간지나 신문사 등단은 어렵지만. 중소 계간지는 노력만 한다면 가능할 거에요.
하지만 등단을 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에요.
작가는 등단을 한다고 작가가 된 게 아니라 작품을 내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어느 정도는 인지도가 있어야 작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등단 후에 작품 하나 없으면서 작가랍시고 비싼 과외비 받으면서 쓸데없는 거 가르치는 문창과 입시 과외 선생들. 정말 정말 정말 많아요.
그 과외비 가지고 차라리 해보고 싶었던 걸 시도하거나 여행을 하세요. 이상한 소리 들으려고 돈 쓰지 말고 스스로에게 투자하세요.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엉망으로 피드백해주는 선생님들 정말 많아요. 저는 몇 번 그런 걸 경험하고 나서 더 도서관을 신뢰하게 되었어요.

좋은 사람이 되든, 좋은 작가가 되든, 도서관과 여행을 사랑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문예창작과 합격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꾸준히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조급해하지 마세요. 당장 안 붙어도 글은 계속 연습할 수 있고 작가가 되기 위한 도전은 계속 할 수 있어요.

지방 사립대 문창과에서도,
지방대 국문과에서도,
지방대 일반학과에서도,

작가가 나와요. 독학해도. 자기가 열심히만 써왔다면.

문창과, 저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창과 다니지 않고 등단한 작가가 한 명 이상이 아니라 많아요.

비싼 과외비, 그냥 나에게 쓰세요.
도서관에서 천재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공짜로 읽으세요. 공짜로 공부하세요.

이상 작은 계간지로 소설 신인상 받았던, 전 문창과 현 국문과 재학생이었습니다.

참고만 하세요. 결정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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